3학년 1학기때 수리통계학 I을 들었다.
경제학과에 배정된 교수님은 파평 윤씨의 후손 윤기중교수님이시다.
중종의 두 왕비가 모두 파평윤씨일 정도로 유명한 외척이다.
"대장금", "여인천하"의 중전이 중종의 둘째부인으로 그 악명높은 명종의 생모 문정왕후 윤씨...
인종의 생모인 장경왕후 윤씨가 죽자 후궁들도 엄청 많은데 새장가를 든것이다.
중전은 아무나 안시키나보다...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반정이후 반정공신들이 자격도 없는 여인들과 연을 맺고 후궁으로 줄줄이 들여보낸다.
그중 별 연줄은 없었는데 유일하게 가문이 좋은분이 나중에 중전이 되는 장경왕후 윤씨였다.
경제학과 학생들은 윤기중 교수님을 "이야기 연세사"라고 부르곤 했다.
원로 교수님이신지라 수업시간의 절반이 옛날 얘기였다^^
수리통계 II는 안박사님으로 신청했다.
옮겨서 그런지 수업을 듣는데 정말 아무것도 이해못하겠다.
그런데 질문하는 학생들이 아무도 없다.
아! 나만 모르는구나...
한학기를 어떻게 살아남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경제학과 과대표는 운동하냐고 정신없어서 수업에 안들어온다.
그런데 통계학과 과대표는 운동에서 오는 피로로 꾸벅꾸벅 졸면서도
맨앞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는게 아닌가.
일주일쯤 지났는데 그 과대표가 오랜 적막을 깼다.
"교수님 H & C가 무업니까?"
황당한 표정의 안박사님...
"Hogg & Craig 인데..."
모든 학생들이 이제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때야 알았다. 아무도 수업을 이해하는 넘이 없다는걸...
이유인즉...
교재가 두권이다.
한권은 Hogg 와 Craig의 공저이고
다른 한권은 Mood, Graiville, Bose 3명 공저였다.
안박사님은 필기하실때 첫번째 책에 있는거면 저자의 첫자인 H&C
두번째 책에 있는 내용이면 MGB라고 쓰신거였다.
학생들은 그것조차 모르고 칠판에 쓰신걸 그냥 열심히 필기한것이다.
사실 수업시간에 칠판에 있는거 받아적기만도 힘들었다.
친구하나가 복습을 한다면 연습장에 필기하고 노트에 나중에 옮겨 적곤했다.
몇일 하더니 1시간짜리 수업인데 1시간 30분이 걸린다며 관뒀다.
그때 혼자서 교재 두권을 엄청 공부했었다.
그래서 문제를 푸는데는 지장이 없었는데
사실 전체적으로 내가 뭘하고 있는지 잘 모를때가 많았다.
그러던것이 대학원시험 준비할때쯤 되니 신기하게도 큰 그림이 그려졌고
나중에 다시 보니 안박사님 필기는 교재 2권의 액기스였다.
세월이 해결해주나보다...
생각해보면 3학년 2학기 그리고 4학년 1,2학기 합해서 3학기가
지금까지 공부를 제일 많이 한때였다.
그때 사실상 경제에서 통계로 과를 옮겼다고 생각했기에 위기감과 의욕이 넘쳤다.
대학원 들어가서도, 심지어는 유학와서도 그때 반정도나 했을까...
사실 그이후 별로 동기부여가 안됐다.
하여간 그때 나에게 혼자가 아니라는걸 확인시켜준
통계과 과대표의 질문을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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