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6, 2008

경제 -> 통계

수학, 과학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싫은 과목은 죽어도 공부안한다.

그덕에 국민윤리, 사회는 심심찮게 양도 나왔다.
그래도 개의치않았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문과에 갔다.
내가 싫어하는 과목이 너무 많았다.
결국 학력고사때 남들 다 맞는 사회, 지리는 20점만점에 12점, 14점이었다.

고3이 뭘 아냐...
그냥 경제학과가 목표였다.
그땐 순진하게도 경제학과를 졸업하면 경제를 알게될줄알았다.
그리고 좋아하던 수학을 많이 쓸것같았다.

1학기는 열심히 술도 먹고, 우쩌다 학회에 들어서 금서도 많이 보고,
그당시 1학년 치곤 공부도 좀 했다.

2학기때 경제원론 수업을 듣는데,
케인즈의 유명한 방정식 Y(소득) = C(소비) + I(투자) 가 나왔다.
소비를 소득의 함수로 보고 미분해서 승수를 구하고 했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상식적으로 늘것이다...
그런데 투자는 소득이 증가해도 변하지않는 상수로 봤다.
그래서 미분하면 0이다.

소득이 늘어도 투자가 그대로?

성백남교수님께 왜 투자가 소득의 함수가 아니냐고 따졌다.

멀뚜멀뚱 쳐다보시더니 무성의하게 "그냥 가정이야..."하셨다.

투자를 소득의 함수로 보고 승수를 구하려고 해봤다.
더럽게 복잡해지고 뭐가뭔지 해석이 안돼는 결과가 나왔다.

"내가 수학을 잘 못해서 그런거야"라고 자책, 수학을 부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는 수학과 선배가 있었다. 바둑이 1급이다.
자기는 성적표 받으면 성적표가 대문자로 나오는지 소문자로 나오는지 잘 모른다고 항상 자랑했다.
보통 C라는 얘기다.
그땐 성적 안나오는것도 자랑이었고, 쌍권총을 차도 낭만이고 멋이었다.

그런데 그런 선배에게 무슨 과목을 듣냐고 물어본게 애초에 잘못이었다.
나중에 친해진 수학과 애덜이 배꼽을 잡았다.
차라리 동전을 던지는게 나았을뻔했다.

고등미적분을 들으란다. 한과목이 무려 4학점이다...

내가 기대한건 해석학이나 위상수학같은 좀 추상적인 과목이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교재가 공업수학이고, 한학기내내 미분방정식만 풀었다.
열라 미분방정식만 풀다가 나중에 열받아서 조교한테 이런 과목이 수학과에 왜 있나고 따졌더니
수학과애들이 너무 추상적인것만해서 나중에 미적분을 잘 못해서 그걸 방지하는 목적이란다.

나혼자 타과 출신인지라 위압감에 공부를 과도하게 해서 성적은 잘 나왔지만
부전공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었다.
그것이 친해진 수학과 애들을 안타깝게했다.

2학년때까지는 이래저래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사"자가 들어가는 과목을 배우기 시작했다.
경제사, 경제학설사...
무조건 외워야하는 과목이다.
"사"자가 들어가면 난 "C"아니면 "D"다.
고등학교 사회, 국민윤리의 재판이었다.

그때쯤 깨닭은것은 Y = C + I 에서 투자(I)를 고정된것으로 가정하듯이
현실은 너무 복잡해서 비현실적인 가정을 마구 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세상이 수학적인 원리로 설명될수있다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런데 그렇지않다는걸 깨닭은 것이다.

세상은 설명될수없다는 좌절감이 3학년 1학기를 놀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작은 책자에 2페이지로 "양자역학"을 소개해놓은 글을 읽게되었다.

뉴톤식 기계적 세계관과
양자역학의 확률적 세계관을 비교해놨다.

뉴톤시대의 과학자들은
입자가 하나 있을때 그것에 주어지는 힘과 힘의 방향을 안다면 어디로 얼마나 움직일지 예측할수있다고 생각했다.

양자역학에서는 어디로 갈지는 모르나 확률은 계산할수 있다는 식이었던것같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이미 아니라는걸 알아버렸다.

뭔가 해야하는 그 혼돈기 나에게 확률이란게 마음에 쏙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사실상 통계학과 학생이었다.

싫어하는 sampling을 제외하고 모든 전공필수와 왠만한 선택과목을 다 들었다.

통계학과 졸업사진찍는 날, 허름하게 입고 왔다갔다할 때까지,
통계학과 복학생들은 내가 자기네과 학생인줄로만 알 정도였다.

대학원을 통계학과로 가기로 했다.
나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통계학과 선배왈... "미친 놈"
이 확신에 찬 힘있는 한마디가 경제학 경영학에 밀리는 그당시 통계학과의 위상을 설명해준다.
그러나 요즘 상대에서 경제학과는 비인기학과로 전락했다.

물론 내가 미래를 예측해서 그런 선택을 한것은 아니었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하고싶은걸 해야한다.

통계학과 대학원에 들어와서 1학기만 열심히 하고 통계학에도 수학에도 흥미를 잃었다.

수학은 가정들로 가두어놓은 세계에서 성립하는 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이었고,
통계학은 그 부산물이었다.

그때부터 쌓아놓고 책만 읽었다.

재능은 없지만 문과생이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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