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6, 2008

아쉬운 판정승...

통계학과 대학원에 수학과출신이고 나와 고등미적분을 같이 듣던 이기봉이란 친구가 있었다.

이름이 이기붕도 아닌 이기봉이다...

기봉이의 어머님께서 숙대근처에서 "비노로소"라는 고급 레스토랑을 경영하셨다.
전에 살던 집을 개조해서 만드셨단다.
개업식때 갔었는데 다시 오기 힘들 정도로 너무 고급스러웠다.

이친구가 석사논문 발표를 했다.
안박사님이 지도교수였다.

"비노로소"로 안박사님을 모셨는데 썰렁할까봐 몇명 더 불렀다.
나, 민정선배, 기정...

계속 더블로 시키셨다. 2잔크기의 좀 큰잔으로...

5잔 마셨던걸로 기억한다. 더블이니 10잔이다...

그리고 와인 2 잔 정도...

민정선배는 연일 계속된 자체 음주가무로 그날만은 몸을 사리고,
기정이는 원래 못 마시고,
기봉이는 차때문에 안마시고 있었다.
아마 와인 한잔정도만 마셨을거다.

그래서 내가 안박사님과 보조를 맞췄다.
기봉이가 나에게 안박사님 상대 술상무라는 엄청난 임무를 부여했던 것이다.

1차전의 양상...

누가봐도 나는 멀쩡했다.
안박사님 좀 취하셨는지 커피를 흘리시며
"애이 나만 취했어..."라고 투덜대신다.

으흐흐 오늘은 나의 판정승으로 기록될 날이었다.
증인도 많았다.
그런데 11시인데 2차를 가자신다.

기봉이와 나만 따라갔다.

폭탄주...

난 2잔 마신 기억까지만 난다.
그러니 기봉이와 나와 겹치는 건 폭탄주 2잔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왠 디스코텍이다.
기봉이가 춤추다가 넘어져서 내가 부축하냐고 정신이 든것이다.

그리고 또 기억이 안나는데 잠시 한쪽 눈만 살짝 떠보니
우리와 같은 테이블에 왠 여자애들 5-6명이 무척 어색하고 썰렁하게 앉아 있었다.
깨어있더라도 재미없는 난 잠만 자고 기봉이는 완전 맛이 갔으니 걔들이 무슨 재미가 있었을까...

그리고 또 기억이 안나다 정신을 차려보니
왠 지하실같은데 등빨좋은 애들한테 둘러싸여있고
두목인듯한 놈이 의자에 앉아서 돈을 내라고 다구치고 있었다.

기봉이는 논문발표해서 정장을 하고 있었고,
나는 허름해서 그런지 기봉이만 다구쳤다.

술취한 우리는 무서울게없었다.
불의에 굴하지않고 원칙, 정의에 의지해
못내겠다고 계속 버팅겼다.

사실 그때 사태파악이 전혀 안되고 있었다.
우리는 왜 돈을 내야하는지 정말 모르고 있었다.

특히 나는 잘 자고 있는데 어떤넘들이 우리를 납치해서
지하실에 가두고 삥뜯는다고 생각했으리라...

한놈이 때릴려고 한다.

그런데 두목같아 보이는 넘이 그냥 보내라고 한다.
우리가 너무 취해 막무가내여서 두목의 오랜 경험상
문제 안일으키고 돈받아내기는 힘들다고판단했으리라.

둘이 걸어오면서
우리가 왜 돈을 내야돼?
맞어 맞어! (대장금 아역 연생이 대사^^)
이렇게 투덜대며 왔던것같다.

그후 몇일동안 정황을 추리해보니,
기봉이가 삐끼를 따라갔고, 부킹을 해서 테이블에 있는 여자애들의 술값도 내야하는 상황이었다..
기봉이의 술버릇은 삐끼 따라가기, 안되는 영어하기였다.
난 잠자기...

그런데 문제는 기봉이도 나만큼은 마신다.
우리 둘이 겹치는 부분은 겨우 폭탄주 2잔이다.
안박사님이 무사하실까?

대낮이었지만 몇번 전화를 해보았는데 사모님도 안계신지 안받으신다.

그런데 그날은 통계학과 대학원생들 산으로 놀러가는 날이었다.

나중에 한 후배(아마 최수정)가 안박사님 오셔서 술만 엄청 드시고 집에 가셨다고 알려주었다.

경이적이다... 주신, 주성...
말로만 듣던, 설마설마하던 안박사님의 무한주량을 몸소 체험하고야말았다.

몇일후 복도에서 안박사님을 만났는데 대뜸 하시는 말씀이

"임마 넌 잠만 자냐!"

2차를 안갔으면 주신을 상대로 판정승이었는데... 아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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